Code For Korea의 고등학생 개발자 손성민입니다.
지난 3월 20일, 개인안심번호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권오현님, 진태양님, 유경민님, 오원석님, 달로스님, 바른생활님과 함께 구글 미트로 잠시 모여 문답식으로 프로젝트를 돌아보는 회고록을 작성했었습니다.

이번 게시글에서는 작성했던 회고록의 내용을 활용해, 프로젝트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등을 각자의 입장에서 풀어나가고자 합니다.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권오현: 코드포코리아의 오거나이저이자 사회적 협동조합 빠띠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진태양: 컴퓨터공학을 공부하는 대학생겸 활동가입니다.
바른생활: 코드포코린이 심원일 입니다. 오래 된 개발자입죠~
손성민: 코드포코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등학생 개발자 손성민 입니다.
달로스: 평화를 위해 코딩하는 우주당 당원이자 데이터개방과 디지털 캠페인에 관심이 많은 씨빅해커입니다.
오원석: 조그만 회사를 운영하며 코드포코리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유경민: 공무원 입니다. 현재는 공공데이터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에 어떻게 참여하시게 되었나요?
권오현: 방역 초기에 한국이 개인정보보호를 소홀히 한다는 시각들이 있었는데요.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시도해 보면 좋겠단 생각을 하던 차에 계기가 되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진태양: 기존 프로젝트가 끝난 시점에 개인 안심번호 개발 요청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관심 가지고 있던 사회적 이슈였기 때문에 개발 참가 의사를 밝히게 되었고, 실제 개발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바른생활 심원일: 시빅해킹이 처음이라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막 참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특별한 이유나 고민없이 참여했어요~
손성민: 시빅해킹에 관심이 많아 코드포코리아 슬랙에서 관련 프로젝트를 탐색하던 중 개인 안심번호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 전화번호 기록부의 관리가 부실한 것에 문제를 지니고 있었기에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개발을 진행하였습니다.
달로스: 코로나19 공적마스크 공동대응에 이어서 질병관리청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방역 당국에 도움을 주고 싶어서 참여하였습니다.
오원석: 시빅해킹이라고 하는 것이 언제나 그렇듯 무언가의 주제에 대해 얘기하다가 삼삼오오 모이고 거기에 또 의견을 내고 관심을 갖으면서 자연스럽게 붙어진 것 같네요.
유경민: 방역을 위해 적었던 전화번호를 보고 모르는 사람에게서 연락을 받았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사회적으로 뭔가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권오현: 12월 초에 개인정보보호위원장님이 수기입장시 전화번호를 적지 않으면서도 방역시에 활용할 수 있는 수기입장 방식을 고민 중이라고 연락을 주셨어요. 혹시 개발자 입장에서 아이디어가 있는지 여쭤보셔서 코드포코리아에 계신 아이디어를 제시한 코드포코리아가 개발도 진행해 줄 수 있는지 여쭤보셔서 진행하게 되었어요. 보안이 필요한 프로젝트라 초기에 함께 할 분들을 12월 말에 공개적으로 모집하고 이후에는 비공개로 약 1달 반 정도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진태양: 정부와는 이메일과 전화로, 개발에 참여하신 분들과는 슬랙 메신저를 이용해 온라인으로 소통하며 약 2달간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가장 적합한 프로젝트 개발 방법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바른생활 심원일: 다른 분들의 열띤 토론을 지켜보면서 어디에 어떻게 참여하면 좋을지 눈치(?)를 보고 있었습니다. 코드가 구현되고 테스트를 하면서 생기는 문제로 태양님이 어려워하는 것을 보고 마음에 큰 짐이 생겨 뭐라도 좀 하고자, 테스트와 코드 수정에 좀 발을 디밀었습니다. 진작 좀 더 깊게 참여했으면 좋았겠다 싶은 생각이 들만큼 문제 수정은 빠르게 되어서 고생했던 태양님께 많이 미안했어요~ ㅜㅜ
손성민: 12월 초에 슬랙 비공개 채널이 개설되어 해당 채널에서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깃허브로 코드를 공유하면서 약 2달 동안 개발을 진행하였습니다. 다같이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 있을 때는 간간히 구글 미트를 활용해 회의를 진행하였습니다.
달로스: 민감한 자료이어서 2020년 12월 비공개채널을 만들어 논의를 시작하였고, 온라인 회의로 빠르게 논의하며 주요 사항을 결정하였습니다.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전, 안심번호 체계를 논의하여 기억하고 읽기 쉽게 구성하였습니다. 논의사항들은 여럿이 동시에 정리하였습니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자동차 번호를 참고하고 운율을 붙여서 발음하기 쉽게 정하였습니다.
개인안심번호를 만드는 암호화 알고리즘은 성민님이 파이썬으로 개발하였고, 개인안심번호를 복호화하는 프로그램은 태양님이 맡아서 개발하였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비롯한 방역 당국과 QR코드 발급기관(회사)에게 전해줄 개발문서를 여럿이 함께 작성하였습니다. 공공문서 유형에 맞추어 도표를 만들고 문장을 다듬는 일은 유경민님이 맡아주었습니다.
오원석: 주제가 잡히면 그리고 그것에 관심가는 사람들이 모이면 누군가 치고 나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게 치고 나가지 못하는 아쉬운 주제들이 있기도 하지만요. 누군가가 잘 치고 나가서 중간중간 거들며 응원했던 것 같습니다.
인상적인 기억을 나눠 주세요.
권오현: 알고리즘 개발 자체는 간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개발 과정에서는 안전하면서도 짧은 코드 만들기, 국가가 기준으로 제시하는 암호화 알고리즘을 적용하기, 큐알코드발급업체나 질병청이 간단히 적용할 수 있도록 코드와 가이드를 만들기 등등이 필요했습니다. 이 과정에 모두가 달라붙어서 논의하며 답을 정리해 나갔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담당 공무원도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수고 많으셨고, 마지막엔 카카오 개발자분들로부터 따로 연락을 받아서 코드를 개선하는 일도 있었는데요. 정말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같이 노력했단 인상입니다.
진태양: 개발을 진행하다 보니 기능이 의도치 않게 작동하는 버그가 발생한 적 있었습니다. 이를 수정하기 위해 수시간을 투자했지만 결국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고 슬랙 채팅방에 해당 버그에 대한 질문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이때 단 5분만에 원인을 파악해주신 원일님의 개발 능력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바른생활 심원일: ‘이 분들 왜 잠을 안주무시나…..’, ‘저 뜨거운 열정의 원천은 무엇일까…’, ‘태양님 고성능 노트북을 하나 사드리면 좋겠다.’, ‘오현님은 비서가 필요하다.’, ‘요즘 고등학생은 참 대단하네…’
손성민: 국가 기준을 준수하고, 짧고 간결하면서도 보안이 강한 암호화 알고리즘을 고안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던 문제들이 이야기 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 해결되었고, 태양님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달로스: 소셜네트워크에서 개인안심번호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유경민: 아마 늦은 밤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기존에 만들었던 암복호화 알고리즘의 오류를 태양님이 발견했습니다. 슬랙에서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데 성민님이 금방 대안을 만들어냈습니다. 실제 딱 적합한 방법이었습니다. 아 나도 이제 이 분들 머리 회전 속도를 못쫓아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맘 놓고 푹잔거 같습니다 ㅎㅎ
프로젝트 도중 어려웠거나 아쉬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권오현: 시민들이 개발하고, 정부가 조율하고, 업체와 우리나라에서 제일 바쁜 질병청이 적용하는 프로세스가 모두에게 낯선 과정이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쉽게 그리고 간단하게 만들고 소통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 협업이 일어나도록 만드는게 제일 도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엔 다행히 잘 진행되었지만 민관 협력에서 원활한 협업은 앞으로도 늘 도전적인 과제가 될 것 같아요. 서로서로 경험을 계속 쌓아나가야겠죠.
진태양: 낮에는 직장인, 학생 등 각자 본업에 충실하고 저녁 이후부터 프로젝트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아 밤샘 개발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이때 개발, 논의된 산출물을 다음날 오전 정부에 전달하고 다시 피드백을 받아 저녁부터 작업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프로젝트 기간이 길어진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바른생활 심원일 : 기술적으로 어려운 사항이 아니라서 QR코드를 발급하는 국가대표 IT기업들이 마음먹고 했으면 금방 되었을 것 같은데, 왜 기업들이 멋지게 나서주지 못했을까 조금 아쉬웠어요. 제가 모르는 사정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손성민: 학업 일정 때문에 프로젝트 작업 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테스트 및 코드 검증을 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고, 그런 연유로 몇몇 에러 사항이 발생했던 것 같습니다.
달로스: 컴퓨터로 개인안심번호를 만드는 계산량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수는 약 5천만보다 많습니다. 보통 백만개를 넘어서면 메모리가 더 많이 필요하고 계산하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기간내에 개발하고 당국으로 전달하기 위해 검증과 테스트하는 시간이 부족하였습니다.
오원석: 물론 코드포코리아가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서 큰 영광입니다. 다만 더 현명한 판단도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도 있습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을 우리의 노력으로 한층 더 현명하게 바꿀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을텐데 그런 것들에 참여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유경민: 이런 저런 핑계로 실제 개발 업무에는 전혀 참여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이런 공익적인 프로젝트가 많이 늘어났으면 하는 생각과 더불어, 뜻이 있는 개발자들에게 길지 않은 기간일지라도 다른 걱정 없이 프로젝트에 집중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지원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프로젝트를 계기로 바라는 점이 생겼나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권오현: 정부가 해결하려는 문제들은 대부분 시민인 우리들의 문제인데요. 시민들과 정부가 만나서 함께 나섰을때 해결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영향력도 커지는 것 같아요. 앞으로 이런 방식의 민관 협력이 더 늘어나길 바라고, 그러기 위해서 시민들이 먼저 문제 해결에 나서는 분위기도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길 바랍니다. 그러는데 코드포코리아가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놀면 좋겠습니다.
진태양: 디지털 산업이 발전할수록 디지털 정보화 수준에 따른 디지털 정보 격차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만, 일방적으로 배우고 습득하기만 하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대응 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정보격차 해소는 기존의 ‘교육’ 차원에서 더 나아가 ‘복지’ 차원에서 다가갈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고등 교육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데이터 관련 교육은 공공데이터 포털을 비롯한 정부에서 제공하는 API나 데이터셋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기존에 정부의 주도로 제공되는 서비스는 마냥 모두에게 친절하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기존에 정부에서 제공하는 데이터 관련 서비스를 간소화해, 개발자가 아닌 시민들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이 코드포코리아에서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바른생활 심원일: 저와 같은 초보 시빅해커들이 좀 더 쉽게 참여 할 수 있도록, 이런 시빅해킹 방법론을 한번 정리해 보려고 해요. 우물쭈물, 쭈뼛쭈뼛하지 않고, 열심히 사회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쓸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어요.
손성민: 개인안심번호를 잘 사용하고 계신 분들도 계시지만, 스마트폰 활용이 미숙한 노인분들은 발급 조차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발전하는 사회속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문제로 인해 정보화의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계층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이들을 위한 디지털 사용 교육을 다수 진행하고 있으나, 일회성 특강으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며 정부의 핵심 서비스조차 노인들을 위해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노인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정부 핵심 서비스만이라도 노인-친화적으로 재설계하여 정보 격차 문제를 완화하고자 합니다.
달로스: 개인안심번호를 수기입장에 활용하여 전화번호 개인정보 유추를 예방하듯이 자동차 운전자에게 연락하는 새로운 방법을 고민할 수 있겠습니다.
오원석: 바라는 점은 항상 많은 것 같습니다. 시빅해커들이 좀 더 많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 같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면 더더욱 좋겠고 그들에게 무엇인가를 바라는 것이 아니고 그들이 좀 더 역동적으로 활동할 수 있고 더 많은 것들을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유경민: 새로운 방식의 민관협력을 경험했습니다. 이번에는 ‘민’으로 참여했지만, 다음에는 ‘관’으로도 의미있는 민관협력 프로젝트를 같이 했으면 합니다.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코드포코리아의 낮은 문턱도 계속 유지됐으면 합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정부가 해결하려는 문제들은 대부분 시민인 우리들의 문제인데요. 시민들과 정부가 만나서 함께 나섰을때 해결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영향력도 커지는 것 같아요. 앞으로 이런 방식의 민관 협력이 더 늘어나길 바라고, 그러기 위해서 시민들이 먼저 문제 해결에 나서는 분위기도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길 바랍니다.
- 권오현님
개인정보 문제 외에도 현재 대한민국에는 해결해야할 많은 사회적 문제가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을 단순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개인안심번호 프로젝트는 사회의 문제를 시민이 해결하는 능동적인 시민의 모습을 보여주고, 일반 시민과 ‘관’이 협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안심번호에서 그치지 않고, 특별한 기관이나 단체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사회적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빅해킹’이 대중화되어 하나의 문화로써 정착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