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 for Korea에 가입한지 반 년 정도 되어 갑니다. 사회의 다양한 주기로봐도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었고,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같은 신입 멤버들이 겪을지 모를 고민을 조금 덜어보고자 몇 자 적어 봅니다.
신입일 때 저의 고민
Code for Korea 뿐만 아니라 여러 시민 단체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마음에는 공공의 선을 실현하는데 뭔가 기여하고 싶다는 선의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의 기여를 통해 세상이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금방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하게 됩니다.(저의 경험을 기반으로 쓰는 글이니 사람들마다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약간 당혹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왜 별로 나를 궁금해하지 않지?
-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지?
- 내가 함부로 말을 해도 되는걸까?
- 저 논의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격이 필요할까?
- 이미 너무나 체계가 갖춰진 상태라 따라가기는 힘들겠네.
그 외에도 많은 고민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Code for Korea는 적어도 위의 고민에서만큼은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저런 고민이라면 절대 걱정 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에는, 현재의 지향점으로 언급되는 ‘느슨한 관계’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입니다.(Code for Korea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닙니다.^^)
새로 들어오시는 분, 한 분 한 분이 모두 소중하고, 무슨 재주를 가지고 계신 분이신지 너무나 궁금합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 관심이 부담이 될 수도 있기에, #aboutme에 스스로 소개를 해주시길 기대하고 있답니다. 또한, 원하는 어느 채널에서 무슨 이야기를 해도 괜찮은 곳입니다. 조심스러운 것은 당연하고, 그래서, ‘눈팅’을 통한 편안한 상태의 합류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자격을 따져야했다면, 이미 이 모임은 존재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편안한 마음으로 스스로 뛰어들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번지점프를 할 때, 결국 스스로의 의지로 뛰어 내려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기존 멤버들은 점프대 아래에서 여러분이 뛰어내기길 박수치며 응원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 그 첫걸음이, aboutme~!

Code for Korea 역시 신입입니다.
Code for Korea도 이제 막 태어나서, 서툴고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어떤 조직으로써의 모습에서 너무 큰 기대를 하기 보다는, 내가 만들어 갈 수 있는 조직이라는 기대로, 채워나가야 할 곳을 찾는 것 또한 큰 즐거움이라 생각하시면 더욱 즐거울 것 같습니다. 최근에 ‘김동현’님께서, Code for Korea의 infra와 관련 된 일들 많이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한데, 그 또한 누가 부탁하거나 할당한 일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서 해 주신 일들입니다. 이런 자발적 실천이 모여서 점차 점차 모습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채울 수 있는 부족한 곳을 찾아내는 즐거움은, 1+1처럼, 그 결과의 즐거움까지 드릴 것입니다.

‘나’
가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개인안심번호’ 프로젝트가 진행 된 것은 저에게 매우 큰 행운이었습니다. 이것이 왜 행운이냐 하면, 우리의 활동이 실제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형태로 실현되는 것이 결코 쉽거나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행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많은 분들께서 이미 이러한 활동을 통해 만들어 온 네트워크와 참여자분들의 노력과 능력이 만들어낸 결과이며, 그것이 실현되는 시점에 운 좋게 점프대에서 용기를 내어 좋은 위치에 내려 앉았었습니다. 물론, 실제로 내가 쏟은 노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음에 조금 부끄러운 마음도 있지만, 그 작은 보탬이 다른 분들의 노력에 들러붙어(?) 사회의 변화에 이어지는 과정을 직접 목격한 것은, 저 스스로의 효용감을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에 무척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이런 행운은 개인에게 뿐만 아니라, Code for Korea나 다른 시민단체에게도 자주 오는 기회는 아닌 것 같습니다. 많은 시민단체와 활동가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대부분의 활동은 그분들의 인내를 갉아먹으며 힘겹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최지’님께서 ‘쓰레기’ 문제에 대해 말씀하시며, 노력했던 사람들이 ‘내가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는구나’라는 좌절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씀이 몹시도 인상 깊었습니다. 그 좌절감이 곧 나의 효용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 ‘내’가 ‘행동’해서 ‘세상’이 ‘변화’되는 것을 체험하는 것은 매우 감동적인 경험입니다.
‘
나의 효용감’을 느낄 기회가 또 올까요??
분명 기회가 오고, 이미 많이 있습니다. 물론, 정부와 함께 진행되는 일이 많이 생기는 날은 조금 더 멀리 있겠지만, ‘나’의 효용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는 많습니다.
뭔가 하고 싶다는 스스로의 초조함 때문에 할 일을 찾던 중,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님의 버스 탑승 동영상을 보고, 시각장애인의 이동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해법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다른 분의 영상에서 횡단보도의 안내 방송이 제대로 안되는 곳이 많고, 그래서 위험하다는 영상을 봤습니다.

“음~ 온 국민들이 자기 주변의 횡단보도 신호등을 한번씩 확인해서, 잘 안되는 것을 지도에 표시하고, 그것을 관련 기관에 알려주고, 조치가 된 것을 실제 확인해서 지도에서 지우면 되겠다.”라고, 지극히 순진한 생각을 했습니다.
지극히 순진한 생각이었던 점은,
- 내가 만들면 온 국민들이 열심히 써줄꺼야.
- 이 시스템은 아마 내가 처음 만든 것일꺼야.
- 다른 장애인 문제나 사회 문제도 이 지도에 담아 해결해야지.
‘지도’ 형태로 이슈나 현황을 수집하는 시스템이나 서비스는 이미 너무나 많았고, 그 대부분이 중복되는 컨텐츠를 다루는 시스템이나 서비스가 몇 개 있었습니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시스템이나 서비스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서 많이 사용되지 않고 있었습니다.(저도 몰랐고)
몇 일? 몇 주? 고민의 시간을 통해, 제가 원하던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내가 무엇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회 문제의 해결’이 목적이었고, 그렇다면 꼭 내가 만들어야 할 필요가 없으며, 이미 있는 시스템을 잘 쓰는 것도 꽤 괜찮은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효용감
집 주변 횡단보도를 확인해서 방송이 잘못 나오는 곳을 확인하고, ‘안전신문고’에 등록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몇 일 되지 않아서 말끔하게 조치를 해 주셨습니다. 나의 관심과 활동이 세상의 작은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행여나, 어느 시각 장애인이 엉뚱한 방향으로 길을 건너서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 가능성을 줄여주었습니다. ‘내’가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고민했던 분들께서 함께 그 기쁨을 누리는 것도 매우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이것이 Code for Korea에서 저의 첫번째 Civic Hacking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나’의 효용감을 맛보고, 조금 더 의욕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 ‘디지털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메일을 삭제하는 캠페인 이야기를 한참 나누던 중이었고, 구글/네이버/다음에 각각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불필요한 메일 삭제하는 기능을 보완하고 캠페인을 해주면 좋겠다는 제안을 보냈었습니다. 답장이라도 오면 다행이다 생각하고…. 뭐 별로 좋은 반응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네이버 메일을 확인하는데 이전에 못봤던 문구의 팝업이 뜨는 것을 보았습니다.

“내가 보낸 메일을 보고, 크게 감명 받아서 조치를 해주었구나!!” 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어쨌든 기대하던 변화가 일어난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었습니다.
이후에도 오비이락처럼 행운 같은 사례가 있었고(별점제거), 큰 기쁨을 주었습니다. 행운을 기다리자는 뜻은 아니고, 우리가 하는 고민을 어딘가 다른 곳에 있는 누군가도 함께 하고 있다는 연대감을 가지고 좀 더 힘을 내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집 앞, 전신주가 기울어져 있어 신고했더니, 그 역시 당장 위험하지는 않지만, 안전을 위해 조치를 하겠다는 회신을 받았습니다. 내가 행동하면, 조금이라도 세상이 변합니다. 나의 노력이 실현되는 효용감은 더 큰 변화를 일으키는 힘을 줄 것입니다. 너무 큰 목표를 쫓으려 스스로를 닥달하거나 초조하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가다보면 길이 나옵니다.
우선, 여러분들의 첫 Civic Hacking을 한번 만들어 보세요. 기쁜 마음으로!
거창하지 않은, 주변의 소소한 것도 좋아요.
“안전신문고”는 아주 빠르게 “나”의 효용감을 높혀 줄 것입니다.